날짜: 2025. 3. 7.
저자: Steven Levitsky, Daniel Ziblatt 저, 박세연 역
출판사: 어크로스
이미지: 예스24
정가: 16,800원
유튜브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유시민 전 장관의 책을 읽으라는 권유에 응답하면서 들었던 책이어서 (유 전 장관은 책을 잘못 선택했다고 다시 응수했지만)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이어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을 보니 미국도 양극화 측면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았다.
미국은 공화당은 내륙+시골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보수성향이 강한 정당, 민주당은 해안+도시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진보성향이 강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건국 이후, 남북전쟁 시점까지는 민주당이 더 보수적이었고,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무솔리니(이탈리아), 히틀러(독일), 바르가스(브라질), 후지모리(페루), 차베스(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자들은 처음에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지도자가 되었고, 그 이후 심판을 사로잡고(위법행위를 묵인, 허용), 주요 인물을 제쳐두고(반대하는 사람을 배제), 규칙을 바꾸는(자신에게 유리하게 제도 변경) 과정을 통해 권력을 가지고 권위주의 정권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판별하는 방법으로 민주주의 게임 규칙에 대한 약한 헌신, 상대방의 정통성을 부정, 폭력에 대한 관용 또는 격려, 경쟁자와 비판자의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을 들었는데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과거에는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해서 문제가 될 사람을 걸러냈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이 없어졌으며, 외부 자금의 가용성이 높아지고, 케이블 뉴스와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 증가 등의 이유로 권위주의자가 권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반인의 삶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비슷한 시기에 유색인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백인, 복음주의자가 중심이 되는 공화당, 소수 인종의 비중이 높은 민주당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분량을 들여서 미국이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던 이전의 시기에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 제도적 인내(institutional forbearance)가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지금은 정치적 당파성 보다는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견으로 이견을 좁혀 나가면서 당파성을 탈피하고 스펙트럼을 넓혀, 인종적 다양성의 시대애 예전 규범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조금은 원론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트럼프를 비판하는 책일거라 생각하고 봤는데, 그것보다는 몇십년의 역사와 함께 현재의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하는 것은 새로웠고, 저소득 등 자격이 되는 사람을 지원하는 미국 방식보다는, 사회보장, 포괄적 건강보험, 최저임금 인상, 보편적 기본소득, 보육 지원 등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이 논의되고 적용되고 있는 방법들이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어서,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이미 선진국이가 싶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주의도 많이 발전하고 사회도 성숙해지고 있는데 최근에 생기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현상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 조금 위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