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가 있는데 5만점 이상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학기 단위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이번에 아는 분들과 같이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단순하게 혼자 들러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던 것 같다.

그곳의 학예사라고 불러야 될 분에게 전시실 외의 소장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Ansel Adams, Edward Weston, Marion Palfi 등의 사진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워싱턴DC의 빈민촌에서 의사당을 배경으로 찍은 In the Shadow of Capitol, Washington, D.C.는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고, 특히 따로 보여줬던 Edward Weston의 멕시코 고추를 9시간 장노출로 찍은 Pepper 시리즈도 빛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줬다.

그 외 (정확한 기법은 이해를 못했지만)핀홀 카메라를 이용한 다양한 사진, 포토샵이 아닌 수작업으로 초현실 이미지를 만들어 낸 사진 등 정말 아날로그 감성으로 접근한 (필름)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1층 전시실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는데,
Color Light Abstractions는 Wynn Bullock라는 작가가 아래에서 전구로 빛을 쏘아 올리면서 위에 있는 5개의 유리판에 셀로판지, 액체 등 다양한 것을 올려놓고 빛을 실험했던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실험 성격이 더 강한 것이다 보니 모두 추상화로 나타났고,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덕이 Wynn의 추상 사진을 보면서 쓸데없이 추상화가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접점이나 작품의 느낌도 전혀 다른 Jackson Pollack만 떠올랐다.

Jackson Sal, Silvio Wolf 등 10명 이상 작가의 추상 사진이 전시되는 The Edge of Vision도 같이 전시되고 있었다. 몇몇 작품은 사진에 대한 접근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었는데, Jackson Sal의 경우에는 전시실 바닥에 필름을 두고,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뿌려 전시실의 환경, 관람객의 걸음걸이 등으로 인한 소금의 이동으로 매번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일종의 행위예술에 가까운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전시가 끝나고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Adam Broomberg와 Oliver Chanarin이 만든 작품은 대형 카메라 필름 원판을 박스안에 넣어서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하루종일 다닌 이후에 그 필름 원판을 전시한 것도 있었다. 동시에 그 카메라 박스가 미국에서 출발해서 이라크 미군기지를 돌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23분짜리 엄청나게 지겨운 아무도 죽지 않은 하루로 기억하는 다큐멘터리도 전시하고 있었다. 필름이 사진을 담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도 쓸 수 있다는 발상이 참신했던 것 같다.

엡슨 스캐너의 평판을 찍은 Seth Lambert의 Nothing on the Bed of an Epson Expression 10000XL과 필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탄소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양을 찍어낸 Charles Lindsay의 Carbon시리즈도 접근방법의 새로움이 기억에 남았다.

풍경이 아니면 인물 정도만 사진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볼 때 추상사진이나 필름 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매우 흥미스러운 새로운 접근들이었다. 이런 시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고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 센터 자체의 사진도 없고, 전시중인 사진 중 일부는 인터넷으로 찾을수는 있지만 저작권 문제가 생길수도 있어 사이트 링크만 올린다.

CCP와 소장 작가 사진 : http://www.creativephotography.org/
The Edge of Vision 작가와 작품 : http://www.aperture.org/edgeofvision/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짜: 2009/2/27

저자: 장하준, Ilene Grabel 저, 이종태, 황해선 역

출판사: 부키

이미지: 예스24

정가: 13,000원

장하준 교수의 글을 읽으며, 경제 현실에 대해 다른 사람과는 시각이 다르지만 훨씬 납득이 가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라는 공감을 느끼곤 했다.

그렇지만 과거와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비해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라는 대안이 없다는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불만에 대한 대답으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 있는 신자유의주의자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에 대한 반론을 하는 형식으로 적혀 있다.

어쨌든 신자유주의자가 하는 주장이 일견 사실인 것 같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고 현실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원하는 대로 진행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잘 되어 있다.

경제 정책과는 동떨어져 있고, 장하준 교수의 대안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그가 생각하는 만큼 잘 적용된다는 것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정책이나 대안을 만들 때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자신이 잘못된 내용을 사실이라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것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짜: 2008/12/29

저자: 꿈꾸는 과학, 정재승 저, 정훈이 그림

출판사: 푸른숲

이미지: 예스24

정가: 12,000원

정재승 교수가 마음에 맞는 학생들과 함께 현재의 사실에 대한 유쾌한 상상을 하고, 그 상상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나열해 놓은 책이다.

여러 명이 모여서 상상을 했기 때문에 나름의 객관성을 확보했을 수는 있지만, 나하고는 조금씩 다른 상상이 있어서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조금 진지한 과학책은 너무 무거워져서 가벼운 과학 서적을 읽고 싶어 골랐는데, 기대와는 많이 빗나간 책이라 생각되었다.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읽으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하기에 적합한 책인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짜: 2008/12/5

저자: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출판사: 후마니타스

이미지: 예스24

정가: 14,000원

10년 전 쯤 신지식인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지식,지식인이라는 말의 대중화와 함께 개념 자체가 많이 바뀌게 되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지식인을 들여다 보는 괜찮은 책이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지식인이 사회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가 바뀌게 된 것일까, 세계화 과정에서 사회 전반적인 삶의 가치가 바뀌게 되면서 사회의 변화가 따라오게 된 것일까.

제한된 자료로 분석을 하여 한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느껴졌고, 열정이 있는 학자가 있다면 이후의 추가 분석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와 맞지 않는 단순한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정치력, 인맥과 같은 주변 상황이 아닌 그 사람의 지식 자체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짜: 2008/10/19

저자: J.스콧 버거슨(안종설 역)

출판사: 갤리온

이미지: 예스24

정가: 12,000원

제목만 들어봤지 읽어보지는 못한 '발칙한 한국학'의 저자가 쓴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TV에서 그가 나와 서울 도심에 있는 전통가옥을 한국인 스스로가 무너뜨리고 있음을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본 책이다.

그가 책 초반에도 썼지만, 한국에 오래 머무르면서 느낀 실망이 너무 커진 상태에서 이 책을 썼기에 그의 분노가 내뱉어져 있는 글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가 하는 말의 상당수는 공감할수 밖에 없으니 아이러니컬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을 알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을 알지못하면서도 막연한 미움을 키우고 있다는 것, 우리 스스로 서울 시내에 있는 한옥을 허물고 있는데 만약 그 집을 일본인이 산다고 하면 온 국가가 난리가 나면서 그 집을 유지할 것, 한류를 소개하는 글을 영어로 만들어 세계에 알리지 않고 한류의 성과에 대해서만 자화자찬하는 영어 글이 넘친다는 등 우리나라 사람도 잘 모르고 있을 것을 잘 들여다보고, 포스트 모더니스트의 시각에서 잘 적고 있다.

다만, 그가 우리나라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너무 컸던 때문인지 너무 시니컬한 시각으로 글을 쓰고 있기에 읽는 내내 불편했다는 것이 유일한 불편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