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8 16:28
학교에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가 있는데 5만점 이상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학기 단위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이번에 아는 분들과 같이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단순하게 혼자 들러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던 것 같다.

그곳의 학예사라고 불러야 될 분에게 전시실 외의 소장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Ansel Adams, Edward Weston, Marion Palfi 등의 사진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워싱턴DC의 빈민촌에서 의사당을 배경으로 찍은 In the Shadow of Capitol, Washington, D.C.는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고, 특히 따로 보여줬던 Edward Weston의 멕시코 고추를 9시간 장노출로 찍은 Pepper 시리즈도 빛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줬다.

그 외 (정확한 기법은 이해를 못했지만)핀홀 카메라를 이용한 다양한 사진, 포토샵이 아닌 수작업으로 초현실 이미지를 만들어 낸 사진 등 정말 아날로그 감성으로 접근한 (필름)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1층 전시실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는데,
Color Light Abstractions는 Wynn Bullock라는 작가가 아래에서 전구로 빛을 쏘아 올리면서 위에 있는 5개의 유리판에 셀로판지, 액체 등 다양한 것을 올려놓고 빛을 실험했던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실험 성격이 더 강한 것이다 보니 모두 추상화로 나타났고,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덕이 Wynn의 추상 사진을 보면서 쓸데없이 추상화가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접점이나 작품의 느낌도 전혀 다른 Jackson Pollack만 떠올랐다.

Jackson Sal, Silvio Wolf 등 10명 이상 작가의 추상 사진이 전시되는 The Edge of Vision도 같이 전시되고 있었다. 몇몇 작품은 사진에 대한 접근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었는데, Jackson Sal의 경우에는 전시실 바닥에 필름을 두고,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뿌려 전시실의 환경, 관람객의 걸음걸이 등으로 인한 소금의 이동으로 매번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일종의 행위예술에 가까운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전시가 끝나고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Adam Broomberg와 Oliver Chanarin이 만든 작품은 대형 카메라 필름 원판을 박스안에 넣어서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하루종일 다닌 이후에 그 필름 원판을 전시한 것도 있었다. 동시에 그 카메라 박스가 미국에서 출발해서 이라크 미군기지를 돌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23분짜리 엄청나게 지겨운 아무도 죽지 않은 하루로 기억하는 다큐멘터리도 전시하고 있었다. 필름이 사진을 담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도 쓸 수 있다는 발상이 참신했던 것 같다.

엡슨 스캐너의 평판을 찍은 Seth Lambert의 Nothing on the Bed of an Epson Expression 10000XL과 필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탄소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양을 찍어낸 Charles Lindsay의 Carbon시리즈도 접근방법의 새로움이 기억에 남았다.

풍경이 아니면 인물 정도만 사진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볼 때 추상사진이나 필름 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매우 흥미스러운 새로운 접근들이었다. 이런 시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고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 센터 자체의 사진도 없고, 전시중인 사진 중 일부는 인터넷으로 찾을수는 있지만 저작권 문제가 생길수도 있어 사이트 링크만 올린다.

CCP와 소장 작가 사진 : http://www.creativephotography.org/
The Edge of Vision 작가와 작품 : http://www.aperture.org/edgeof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