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5. 3. 28.
저자: Steven Levitsky, Daniel Ziblatt 저, 박세연 역
출판사: 어크로스
이미지: 예스24
정가: 22,000원

 

2018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쓰고, 5년이 지난 2023년에 출간한 책이다. 전작에서 외국의 사례를 많이 다루고 원론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하면, 이 책에서는 미국의 사례를 더 이야기하고 조금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비교되는 점이다.

 

선거인단이라는 제도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연방대법관은 종신제이고, 상하원의 양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등의 모습이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기틀을 다진 나라에 있는 고유한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헌법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인만큼 이런 제도 또한 시대에 맞는 적절한 제도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큰 주제는 '국민에게 절반 이상의 표를 받은 당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인데, 현재의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미국이 공화당, 민주당이라는 양당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현 시스템의 문제로 이득을 보는 곳은 공화당이고, 손해를 보는 곳은 민주당이기에 민주당에 유리하게(적어도 불리하지 않게) 되도록 헌법이나 제도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저자의 마지막 제안 15가지를 보면서, 아직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객관적인 선거관리기구가 없고, 투표권을 가진 사람에게 자동으로 투표 등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의외이기도 했다. 오래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유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양당제를 생각하면 책 제목에 minority라는 소수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50%에서 10%를 가감한 40% 내외의 세력을 뜻하는 것이지, 군주제와 같이 특정인 내지 몇명이 나머지 다수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논의하는 내용은 전혀 아니다.

 

날짜: 2025. 3. 7.
저자: Steven Levitsky, Daniel Ziblatt 저, 박세연 역
출판사: 어크로스
이미지: 예스24
정가: 16,800원

 

유튜브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유시민 전 장관의 책을 읽으라는 권유에 응답하면서 들었던 책이어서 (유 전 장관은 책을 잘못 선택했다고 다시 응수했지만)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이어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을 보니 미국도 양극화 측면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았다.

 

미국은 공화당은 내륙+시골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보수성향이 강한 정당, 민주당은 해안+도시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진보성향이 강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건국 이후, 남북전쟁 시점까지는 민주당이 더 보수적이었고,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무솔리니(이탈리아), 히틀러(독일), 바르가스(브라질), 후지모리(페루), 차베스(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자들은 처음에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지도자가 되었고, 그 이후 심판을 사로잡고(위법행위를 묵인, 허용), 주요 인물을 제쳐두고(반대하는 사람을 배제), 규칙을 바꾸는(자신에게 유리하게 제도 변경) 과정을 통해 권력을 가지고 권위주의 정권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판별하는 방법으로 민주주의 게임 규칙에 대한 약한 헌신, 상대방의 정통성을 부정, 폭력에 대한 관용 또는 격려, 경쟁자와 비판자의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을 들었는데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과거에는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해서 문제가 될 사람을 걸러냈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이 없어졌으며, 외부 자금의 가용성이 높아지고, 케이블 뉴스와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 증가 등의 이유로 권위주의자가 권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반인의 삶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비슷한 시기에 유색인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백인, 복음주의자가 중심이 되는 공화당, 소수 인종의 비중이 높은 민주당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분량을 들여서 미국이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던 이전의 시기에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 제도적 인내(institutional forbearance)가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지금은 정치적 당파성 보다는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견으로 이견을 좁혀 나가면서 당파성을 탈피하고 스펙트럼을 넓혀, 인종적 다양성의 시대애 예전 규범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조금은 원론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트럼프를 비판하는 책일거라 생각하고 봤는데, 그것보다는 몇십년의 역사와 함께 현재의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하는 것은 새로웠고, 저소득 등 자격이 되는 사람을 지원하는 미국 방식보다는, 사회보장, 포괄적 건강보험, 최저임금 인상, 보편적 기본소득, 보육 지원 등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이 논의되고 적용되고 있는 방법들이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어서,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이미 선진국이가 싶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주의도 많이 발전하고 사회도 성숙해지고 있는데 최근에 생기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현상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 조금 위안을 받았다.

날짜 : 2025. 2. 6.

저자 : Yuval Noah Harari 저, 김명주 역

출판사 : 김영사

이미지 : 예스24

정가 : 27,800원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 그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많이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 연결시켜 생각할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에 관료제, 종교, 민주주의, 정보, 인공지능 등 저자가 다룬 키워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위의 키워드들이 역사적으로 보면 계속 변화하고 있었고, 역사 전반에 걸쳐 정보 네트워크는 진실보다는 질서를 더 선호해 왔다는 말은 많이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소수에게 있던 권력이 민주화되면서 진실을 공유하기 더 쉬워졌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정보기술의 발달이 반드시 진실을 공유하는데 도움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고민하고 있는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말로 느껴졌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공 일반 지능이라 부르는 AGI수준으로 진행되는 현재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가늠할 수 없는데, 이것을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잘 분석하고, AGI가 대두되기 전에 이미 작업을 시작해서,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비관론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것이라는 낙관론 사이에서 강력한 자체 교정 메커니즘을 갖춘 균형 잡힌 정보 네트워크를 만들기를 권고하는 그의 혜안이 감탄스러웠다.

 

저자가 제안한 것이 잘 받아들여져서, 제국주의 시대와 같이 AI기술력에 의한 국가간 약육강식의 시대가 펼쳐지지 않았으면 하고, 단기적으로는 사회 체계를 통해서든 기술을 통해서든 가짜뉴스는 사라졌으면 한다.


날짜 : 2015. 4. 7.

저자 : 장하성 저

출판사 : 헤이북스

이미지 : 예스24

정가 : 28,000원


우리나라의 경제 현황,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제목도 좀 딱딱하고 분량도 많지만 한번쯤은 읽어봐도 괜찮은 책인 것 같다.


좌파 성향으로 비판만 하는 것도 아니고, 우파 성향으로 보호만 하는 것도 아닌, 양쪽의 시각을 다 들여다보고 어떤 것이 우리에게 적절한 방안인지를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보통 경쟁을 이야기하면 시작할 때 동등한 조건을 제공해주면 공정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책에서는 경쟁의 시작, 진행, 결과분배의 3가지 단계 모두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많이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으므로, 진행을 아무리 공정하게 하더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 더욱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그러한 특성을 보완해 줄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기득권, 민주주의는 서민에게 유리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체제라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한국인이 잘 살도록 할 것인지는 정말 쉽지 않은 고민거리인 것 같다.


재벌의 내부보유금 문제에 대한 이야기와 문제제기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었고,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사업 다각화 같은 이론이 하나의 재벌 내에서 이뤄지는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한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푸는 것 또한 사람이기에 민주주의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러다보니 그러한 것이 정치만능주의로 오해될 수도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날짜 : 2013. 9. 23.

저자 : Steven Pinker 저, 김한영 역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이미지 : 예스24

정가 : 40,000


인간의 본성이 타고나는 것인지, 빈 상태에서 출생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잘 들여다보고 있는 책이다.


본성이 순수하게 후천적이라 보는 시각을 뜻하는 라틴어인 tabula rasa를 영어로 의역한 말에서 책 제목인 blank slate가 나왔지만, 저자의 시각은 양육에 의해 만들어지는 후천적인 본성보다는 유전자에 의한 선천적인 본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지지하고 있으며,


'빈 서판'의 시각이 사람이 타고나는 상하가 없다는 개념의 이론 토대가 되어 왕권과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민주주의가 들어서는 데 큰 기여는 했지만, 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어떤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많은 것을 새로 배울 수 있었다.


GMO같은 것은 저자와 의견이 다르기도 했지만, 뇌의 가소성에 대한 분석, 르 코크뷔지에의 도시설계, 중세영어의 대모음변이, 폐기물에 대한 여론과 실제 비용의 비교, 흑인폭력에 대한 원인 분석, 미국에서도 인문학의 위기를 몇십년째 이야기하는 것 등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고 이 책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궁금할 정도지만 재밌는 내용이었다. 


진화생물학에서 나온 배아와 영혼과의 관계, 섹스와 강간에 대한 해석, 폭력의 원인 분석 등 빈 서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기본은 진화생물학과 행동유전자학이 되는 것 같다.


이외에도 얘기할 것이 많긴 하지만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아이(청소년까지도 포함할 것 같지만)의 행동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자이고, 그 다음으로는 부모의 양육보다는 또래집단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 또한 중요하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것처럼 부모가 맞벌이어서, 아이와 대화가 부족해서 아이가 잘못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인데, 우리나라 상황에 보면 (낮은 수준의 또래집단과 접촉을 배제하고) 비슷한 수준의 또래집단과 연결시켜주기 위한 임대아파트에 대한 배척과 같은 부모의 이기주의적인 단체행동이 행동유전자의 시각에서는 이기적인(유전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해석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 같다.


'만들어진 신'에서 잠깐 언급되어서 읽기로 결정한 책인데, 올해에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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