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6. 3. 16.

저자 : Walter Isaacson 저, 정영목, 신지영 역

출판사 : 오픈하우스

이미지 : 예스24

정가 : 25,000원


단순한 혁신가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책을 골랐지만, 영어 원제에 있듯이 디지털 혁명을 이끈 혁신가에 대한 이야기를 연대별로 정리한 책이다.


예전에 배웠던 컴퓨터 공학 개론 교재의 11판(최신은 12판)에서 6페이지 정도 할당된 내용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고, 교재의 흐름과 책의 흐름이 조금은 비슷해 보였다.


컴퓨터라는 개념이 나오기 이전에 아이디어가 무르익으면서 논리적 토대가 된 배비지, 에이다부터, 컴퓨터라기 보다는 계산하는 기계(computer)에 가까운 (디지털/아날로그) 기계를 만든 배니버 부시(미분해석기), 앨런 튜링(콜로서스), 하워드 에이킨(마크I), 존 빈센트 아타나소프, 콘라드 추제(Z3) 등의 인물과 ENIAC을 만든 존 모클리, J. 프레스퍼 에커트, 그리고 프로그램 저장 방식이라는 이론을 제공한 존 폰 노이만, 그 개념을 적용하여 개발된 EDVAC, 모클리와 에커트가 창업하여 개발한 UNIVAC 등의 이야기와 하드웨어 중심의 역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초기 프로그래머인 그레이스 호퍼, 진 제닝스, 베티 스나이더 등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이후에 트랜지스터, 반도체, 마이크로칩 등 컴퓨터 발전에 큰 영향을 준 부품과 인터넷의 아키텍처, 프로토콜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애플, IBM PC로 이어지는 PC의 시대와 웹 시대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여기에서 메인프레임, 미니컴퓨터, 유닉스 서버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고, SW도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어떤 혁신가들이 각 역사의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는 것이 책의 목적이고, 그런 측면에서는 재미있게(어찌 보면 조금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볼 수 있었다.


IBM 왓슨의 인공지능 전략에서도 나왔지만, 이번 알파고와 바둑 경기에서 나왔던 인공지능이 사람을 따라잡고 정복할지도 모른다는 디스토피아(내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과다한 유토피아)적 상상보다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우수한 계산영역에서 사람을 보완하는, 인간과 동반 관계와 공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지금 인공지능의 발전 추이와 디스토피아적 우려는 1950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20년쯤 뒤에 현실이 될거라고 그때부터 계속 얘기되어 온다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연구된 35년의 세월로부터 얻은 주된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의 얘기 또한 의미심장했다.


어쨌든, 나중에까지 기억은 못하겠지만 지금 편리하게 이용하는 컴퓨터 산업이 발전하는 데 있어 역할을 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한 번 정리해 봤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었고, 혁신이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것 보다는 조금은 성향이 다르고 전문분야가 다른 이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나타나고 발전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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