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3. 9. 23.

저자 : Steven Pinker 저, 김한영 역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이미지 : 예스24

정가 : 40,000


인간의 본성이 타고나는 것인지, 빈 상태에서 출생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잘 들여다보고 있는 책이다.


본성이 순수하게 후천적이라 보는 시각을 뜻하는 라틴어인 tabula rasa를 영어로 의역한 말에서 책 제목인 blank slate가 나왔지만, 저자의 시각은 양육에 의해 만들어지는 후천적인 본성보다는 유전자에 의한 선천적인 본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지지하고 있으며,


'빈 서판'의 시각이 사람이 타고나는 상하가 없다는 개념의 이론 토대가 되어 왕권과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민주주의가 들어서는 데 큰 기여는 했지만, 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어떤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많은 것을 새로 배울 수 있었다.


GMO같은 것은 저자와 의견이 다르기도 했지만, 뇌의 가소성에 대한 분석, 르 코크뷔지에의 도시설계, 중세영어의 대모음변이, 폐기물에 대한 여론과 실제 비용의 비교, 흑인폭력에 대한 원인 분석, 미국에서도 인문학의 위기를 몇십년째 이야기하는 것 등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고 이 책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궁금할 정도지만 재밌는 내용이었다. 


진화생물학에서 나온 배아와 영혼과의 관계, 섹스와 강간에 대한 해석, 폭력의 원인 분석 등 빈 서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기본은 진화생물학과 행동유전자학이 되는 것 같다.


이외에도 얘기할 것이 많긴 하지만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아이(청소년까지도 포함할 것 같지만)의 행동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자이고, 그 다음으로는 부모의 양육보다는 또래집단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 또한 중요하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것처럼 부모가 맞벌이어서, 아이와 대화가 부족해서 아이가 잘못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인데, 우리나라 상황에 보면 (낮은 수준의 또래집단과 접촉을 배제하고) 비슷한 수준의 또래집단과 연결시켜주기 위한 임대아파트에 대한 배척과 같은 부모의 이기주의적인 단체행동이 행동유전자의 시각에서는 이기적인(유전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해석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 같다.


'만들어진 신'에서 잠깐 언급되어서 읽기로 결정한 책인데, 올해에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 될 것 같다.


날짜 : 2013. 4. 26.

저자 : Shelley Kagan 저, 박세연 역

출판사 : 엘도라도

이미지 : 예스24

정가 : 16,800원


마이클 샌델의 정의(Justice), 탈 벤-샤히르의 행복(Happier)와 함께 아이비리그의 3대 명강의로 불린다는 셸리 케이건의 죽음에 대한 강의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다른 명강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철학서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제사라는 문화가 남아 있는, 어릴적에는 영혼이 오는 시간을 감안하여 12시에 제사를 했던 나라에서 자랐던 사람이 보기에는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냉정하다 싶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와 정서가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16주 강의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인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실제 그 수업을 들었으면 꽤 많은 양의 참고서적까지 사전에 공부해야 했겠지만 대중서적을 읽고 있기에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났다.


영혼의 존재가능성, 어떤 상태에 이르러야 죽었다고 할 수 있는지, 영생은 좋은 것인가, 자살은 옳은 선택인지 등 간단히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민도 같이 해봐야 하는 내용으로 엮어져 있어서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내 삶의 질적인 요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논하지 않고 교양과목에 맞게 원론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던 그리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죽음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보고, 서양철학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이해도 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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