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10/24
저자: Gordon Bell, Jim Gemmell 저, 홍성준 역
출판사: 청림출판
이미지: 예스24
정가: 15,000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수석 연구자로 있는 고든과 짐이 기억의 보관(실제로는 겪는 일의 보관)과 꺼내보기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빌게이츠가 서문을 쓴다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많이 도움이 되는지 영어판, 한글판 모두 빌게이츠 서문을 앞세우고 있다.

저자는 컴퓨터의 처리능력이나 저장능력의 향상 등에 도움받아 사람의 평생동안 생기는 일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그것에 대해 생기는 다양한 찬반의견에 대해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설득하는 것까지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람의 기억과 실제 일어난 일이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걸 소재로 라쇼몽 같은 영화도 만들어졌고, 동일한 사건에 대해 나와 다른 사람의 기억이 다른 것을 경험한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기록, 보관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가끔씩실제로는 종종 과거의 물건을 잘못 버리거나 삭제하거나,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을 잊어서 애먹는 경우가 생기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거가 된다는 것은 매우 갑갑할 것 같다. 본인이 자신의 빅브라더가 되는 느낌 같다고나 할까...

예전에 영화를 모은답시고 몇년 동안 모아봤는데, 어느 순간엔가 그것을 1번 보고 모으고만 있지 다시 보지는 않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모두 버린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하루동안 생기는 모든 일을 기록하기 위하여 몸에 카메라와 녹음기를 달고 사는 것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데 쓰는 시간보다, 그것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 같아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물론,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술여건이 많이 좋아졌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라이프 블로거도 많이 생기는 상황이긴 하다. 디지털카메라에 GPS가 내장되어 사진을 찍으면 그것이 어디서 찍혔는지 위도,경도 기준으로 기록이 남고, GPS가 내장된 기기를 이용하여 사람이 운동/활동한 경로를 자동으로 저장하는 등 별도의 노력 없이도 생활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도록 계속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것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활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보관했으면 하는 것을 더 편하게 저장,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처럼 모든 것을 저장, 관리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논외로 하고...

로빈 윌리엄스가 나왔던 파이널 컷과 같은 내가 죽은 이후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고, 그것을 그 사람의 의도에 따라 좋게(혹은 나쁘게) 편집될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나라가 몇 년 전에 매장할 묘지가 없어서 한 번 대란을 겪은 것처럼, 모든 사람이 자신의 평생 기록을 디지털화 해서 남긴다고 하면 그것을 대대손손 남기는 방법에 대한 기준을 정하느라 대란을 겪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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